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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더덕의 쌉싸름한 매력에 끌리는 이유

나이가 오십 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계절이 바뀌는 길목이 참 조심스러워집니다. 예전에는 환절기 바람이 그저 시원하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찬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목덜미가 서늘해지며 깊은 속에서부터 마른기침이 밭쳐 나오곤 합니다. 몸의 면역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실감할 때마다 덜컥 걱정이 앞서고, 자연스레 몸에 좋다는 수입 건강기능식품이나 알약 형태의 보충제들을 찾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약통만 늘어갈 뿐, 몸속의 건조함과 피로감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듯한 느낌에 마음이 쓸쓸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우리 땅에서 자란 정직한 식재료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그 길목에서 마주한 것이 바로 더덕이었습니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한국 사람치고 인삼이나 산삼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저 역시 어르신들이 더덕을 두고 '모래 땅에서 나는 삼'이라 하여 사삼(沙蔘)이라 부르며 산삼 못지않게 귀하게 여기시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특유의 쌉싸름하고 쓴맛이 그리 달갑지 않아 밥상 위에 올라와도 슬그머니 젓가락을 돌리곤 했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이가 들고 보니 그 투박하고 알싸한 향이 오히려 마음에 깊은 위로를 줍니다. 이제는 입에 단 맛보다, 내 몸을 차분하게 채워줄 수 있는 정직한 약성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흙이 묻어있는 자연 그대로의 더덕 뿌리가 따뜻한 햇살 아래 놓여 있어, 그 건강함과 생명력을 시각적으로 강조합니다

 

거칠어진 호흡기를 촉촉하게 다독이고 몸의 중심을 잡는 힘

더덕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진액을 생성하여 우리 몸속의 메마른 곳을 채워주는 데 있습니다. 더덕을 자르거나 쪼개었을 때 나오는 끈적한 흰색 즙 속에는 '사포닌'이라는 고마운 성분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이 성분은 인삼의 그것과 닮아있지만, 특히 호흡기 점막을 촉촉하게 만드는 점액을 분비시키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기침을 잠시 멈추게 하는 유행성 약품과 달리, 폐와 기관지로 이어지는 통로에 부드러운 윤활유를 발라주는 셈입니다. 덕분에 찬 공기나 미세먼지 같은 외부 자극이 와도 목이 쉽게 가라앉지 않도록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 줍니다.

여기에 더해 더덕 속에는 '이눌린'이라는 성분도 풍부하게 숨어있습니다. 이 성분은 우리 몸 안에서 천연 인슐린처럼 작용하여, 식사 후 혈당이 급격하게 치솟는 현상을 부드럽게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아울러 우리 몸 면역 세포의 대부분이 모여있는 장 속에서 유익균의 좋은 먹이가 되어주니, 중년 이후 급격히 떨어지기 쉬운 전반적인 면역력의 기초를 다지는 데 이만한 식재료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쌉싸름한 맛 뒤에 숨겨진 진한 진액이 몸속으로 퍼질 때, 비로소 땅의 기운이 내 몸을 채운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을 발라 노릇하게 구워낸 더덕이 정갈한 세라믹 접시에 담겨 있습니다

 

시장에서 고르는 안목과 영양을 돋우는 손질의 지혜

더덕을 식탁 위로 온전하게 올리기 위해서는 마트나 시장에서 좋은 것을 살피는 안목이 먼저입니다. 표면의 주름이 너무 깊게 패어있거나 골이 거친 것은 속이 질길 수 있으므로, 주름이 비교적 일정하고 흙이 묻어있는 상태에서도 특유의 알싸한 향이 진하게 뿜어져 나오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더덕은 그 성질이 다소 서늘한 편이라 평소 속이 차거나 소화력이 약한 분들은 다루기가 조심스러울 수 있는데, 이때 '검은깨(흑임자)'를 곁들이면 영양과 성질의 균형이 완벽하게 맞물립니다. 따뜻한 성질을 지닌 검은깨가 더덕의 찬 기운을 다독여주고 고소한 풍미를 더해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더덕을 손질할 때는 칼로 칼칼하게 썰어내기보다, 방망이로 자작하게 두드려 자잘한 섬유질을 부드럽게 펴주는 과정이 좋습니다. 이렇게 결이 부드러워진 더덕에 고추장 양념을 바르고 들기름을 넉넉히 둘러 노릇하게 구워내면, 사포닌 성분이 들기름의 기름기와 만나 몸에 흡수되는 비율이 훨씬 높아집니다.

간혹 껍질을 벗기는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 더덕을 멀리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럴 때는 끓는 물에 더덕을 3초에서 5초 정도만 아주 살짝 데친 후 곧바로 찬물에 담가보세요. 껍질과 알맹이 사이에 미세한 틈이 생겨 칼로 슬슬 밀어내기만 해도 마법처럼 매끄럽게 벗겨집니다. 이때 벗겨낸 껍질은 버리지 말고 볕에 잘 말려두었다가 환절기에 따뜻한 차로 끓여 드시면, 껍질 주변에 몰려있는 사포닌 성분까지 알뜰하게 챙길 수 있는 지혜로운 처방이 됩니다.

과유불급의 순리와 매일 마주하는 식탁의 소중함

아무리 산삼에 비견되는 훌륭한 음식이라 할지라도 내 몸의 형편을 살피지 않고 과하게 욕심을 내면 탈이 나는 법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서늘한 성질을 지니고 있기에,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면 아랫배가 차가워지거나 장이 예민하신 분들은 설사나 복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하루에 성인 기준으로 서너 뿌리 정도면 내 몸을 돌보기에 충분하고 넉넉한 양입니다. 또한 깊은 산속에서 자란 산더덕이 향은 더 깊을지 몰라도, 요즘은 재배 기술이 좋아져 시중에서 구하는 더덕으로도 꾸준히만 챙겨 먹는다면 그 이로움을 몸으로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우리는 건강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에 자꾸만 멀리서 특별한 비방을 찾거나 값비싼 영양제 통을 늘려가곤 합니다. 하지만 진짜 건강한 삶은 매일 정성스럽게 차려내는 부근의 식탁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척박한 땅속에서 조용히 숙성되어 진한 향을 품게 된 더덕의 투박한 모양새는 화려한 건강식품처럼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영양은 어떤 화학 보충제보다 정직하고 깊이가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생더덕을 얇게 저며 달콤한 꿀에 재워두었다가 따뜻한 차로 나누거나, 들기름 향 가득한 더덕구이 한 접시를 식탁에 올려보세요. 내 땅에서 자란 식재료를 정성껏 손질하여 꼭꼭 씹어 삼키는 그 소박한 습관이야말로, 나이 들어가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가장 건강하게 지키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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